[단독연재②] 법원은 왜 또 수분양자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나

김희삼 : 2025. 5. 24. 17:30

│ 법원은 또 수분양자 주장 기각… 무권대리 책임 부정
│ 계약은 유지되고 상가는 없었다… 분양 피해자는 어디로
│ 연쇄 소송 속 반복되는 패소… 기망 입증이 핵심

“내 돈으로 집을 샀는데, 결국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했다.” 신림 C&백화점 부지 분양대금 반환 청구 소송의 두 번째 주요 판결에서도 법원은 원고(수분양자)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로써 피해자 758명 중 2명을 시작으로 이어진 연쇄 소송 중 또 하나의 사건이 법적으로 패소로 귀결되었다.

이번 소송(서울중앙지법 2019가합520306,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2020나2006427)은 송재찬 외 5명이 무궁화신탁과 중원에셋을 상대로 제기한 것으로, 원고들은 피고가 적법한 사업시행자 자격 없이 분양을 진행했으며, 결국 사업이 장기간 중단되고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게 되었으므로 분양대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공사진행이 사실상 멈추고, 소유권 이전은커녕 건물도 완공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계약이 무효이거나 최소한 해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피고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무궁화신탁은 신탁계약에 따라 자산관리 및 분양 행위를 할 수 있었으며, 시행자인 플레이쉘을 통해 분양을 대행한 것은 법적으로 무효라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원고들이 계약 기간 중에도 분양대금을 꾸준히 납입해 온 점은 계약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었다는 반증으로 해석되었다.

2심 재판부 역시 이 같은 판단을 유지하며 항소를 기각했다. 서울고등법원은 분양신고 누락이나 공사 지연 등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계약 자체를 무효로 만들거나 본질적 계약위반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더불어 신탁사인 무궁화신탁과 중원이 ‘고의적 기망행위’를 통해 계약을 체결한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앞서 진행된 김명준 외 2인의 대법원 확정판결에 이어, 동일한 법리와 판단 구조를 따랐다는 점에서 향후 남은 수백 건의 분양대금 반환 소송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패소로 인해 피해자들은 법적 수단 외에도 국회 청원, 감사원 감사 요청, 헌법소원 등 다양한 경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법원이 민사소송에서는 계약 이행의 의지나 형식적 권한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어, 수분양자가 계약 당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했다는 ‘기망’의 구조적 입증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무권대리 또는 명의대여 문제에 대한 사법부의 해석은 보수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1심 판결 요약 (서울중앙지법 2019가합520306)

 

원고 주장: 송00외4명

  1. 사업시행자 자격 없음

    • 무궁화신탁은 적법한 사업시행자 아님.

    • 분양신고 없이 분양행위가 진행되었으므로 계약은 무효.

  2. 기망행위 및 계약의 본질적 내용 침해

    • 시행자 지위가 없는 상태에서 분양한 것은 기망.

    • 공사 중단 및 사업 무산은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함.

  3. 분양대금 반환 청구 정당

    • 위 계약은 무효이거나 해제되었으므로 지급한 분양대금 반환 청구 가능.

피고 주장:무궁화신탁,중원에셋

  1. 사업 권한 및 분양행위는 적법

    • 신탁계약 및 수탁자의 지위에 따라 사업 시행 가능.

    • 플레이쉘이 대행하여 한 분양행위는 무효 아님.

  2. 계약해제 요건 없음

    • 공사 지연은 있었으나, 중대한 계약 위반이나 불이행 아님.

    • 원고들은 대금을 계속 납입하며 계약을 유지했음.

  3. 신탁사는 단순 명의자

    • 실질적인 책임은 시행자인 플레이쉘에 있으며, 무궁화신탁은 책임 없다.

재판부 판단 및 판결 요지

  • 사업시행자 지위 인정: 신탁계약 구조상 피고 무궁화신탁은 수탁자로서 분양 및 사업 권한을 가졌음.

  • 분양신고 누락은 계약 무효 사유 아님: 행정법 위반은 있으나 민사상 무효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 계약 해제 불인정: 공사진척 지연이나 사업 지체는 ‘계약의 본질적 내용 침해’로 볼 정도가 아니며, 원고의 해제 통지도 정당하지 않음.

  • 결론: 원고 청구 전부 기각.


2심 판결 요약 (서울고등법원 2020나2006427)

 

항소이유 (원고)

  1. 1심 판단은 법리 오해

    • 무궁화신탁의 사업시행권 부재에도 불구하고 권한 인정한 것은 위법.

    • 시행자 지위 없는 분양은 무효로 보아야 함.

  2. 계약 목적 미달 성립

    • 사업이 장기간 중단되어 목적달성이 불가능.

    • 이는 계약 해제 사유로 충분.

  3. 피고 책임 외면

    • 무궁화신탁과 중원이 실질적으로 분양자금 유통에 관여했음에도 책임 회피.

피고 반박

  • 1심 판결 정당: 신탁사 권한은 실질적으로 존재하고, 분양 행위는 전체 사업 구조에 따라 진행됨.

  • 원고는 계약 유지 의사 명확: 계약 해제 시점까지 대금을 계속 납부했고, 계약파기의 직접 원인이 아님.

항소심 판단

  • 계약 해제 요건 불충분: 공사 지연은 인정되지만, 해제를 정당화할 정도의 본질적 계약위반으로는 부족.

  • 신탁사의 사업권한 인정: 신탁계약 및 자산관리방식이 구조상 사업시행을 포함하는 것으로 간주.

  • 피고들의 기망행위 불인정: 고의적 속임수나 명백한 허위진술로 인한 계약체결로 보기 어려움.

  • 결론: 원심 유지. 항소 기각.


재판부가 원고 주장을 배척한 이유 요약

항목이유
사업시행자 지위신탁계약상 수탁자가 사업권한을 갖는 구조 인정
분양신고 누락행정법 위반이나 민사계약 무효 사유로 보지 않음
계약 해제 사유공사 지연·중단은 해제를 정당화할 수준 아님
기망 주장피고의 기망행위 존재에 대한 증거 부족
계약 유지행위원고가 계속 분양대금을 납부해 계약 유지 의사 확인됨

한편, HS Times는 신림 C&백화점 관련 분양 피해 소송의 전체적 흐름을 다각도에서 조명하는 연재 기사 시리즈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다음 편에서는 원고 측이 제시하고 있는 계약해제 논리와 신탁사 책임 구조를 집중 분석할 예정이다.


김희삼 기자 sam@khsc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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