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⑥] 신탁사는 끝까지 책임을 지지 않았다… 수분양자들의 싸움은 계속된다

김희삼 2025. 7. 5. 10:54

│ 신탁사는 끝까지 책임지지 않았다… 피해자만 남았다
│ “분양받은 상가, 돈도 돌려받지 못한다” 법원의 벽
│ 건분법은 있었지만, 보호는 없었다… 반복되는 패소

신림 C&백화점 상가 분양 피해자들의 집단 소송이 또 한 번 법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0화 외 136여 명이 진행한 이번 1그룹 소송(서울중앙지법 2021가합516539, 서울고등법원 2023나2031950)은 1심과 2심 모두 원고 청구 기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단순히 “분양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었다. 핵심은 “신탁사가 과연 반환 책임을 질 수 있는가”였다. 수분양자 측은 구 건축물분양법(건분법)상 수분양자 우선정산 규정이 강행규정이므로, 신탁사가 분양대금을 우선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탁사가 수탁자 지위를 승계하면서 수분양자 보호조항을 포함하지 않은 채 신탁계약을 진행한 것은 불법행위이자 배임에 해당한다며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냉정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백화점은 건분법 시행 이전에 최초 분양받을 자를 모집한 건축물로, 건분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수분양자의 우선정산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논리는 2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또한 신탁사들의 책임 여부에 대해서도 법원은 “신탁사는 단순히 수탁자로서 관리·집행 업무를 했을 뿐이며, 수분양자와 직접 계약관계에 있지 않아 반환 의무 주체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원고들이 주장한 불법행위 및 배임 공모, 신의칙 위반 주장도 “입증 부족”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눈여겨볼 것은 이번 사건에서도 여전히 ‘분양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면 책임을 묻지 못한다는 현행 구조의 벽이다. 시행사였던 플레이쉘이 사업을 방치하고 실질적으로 무너진 상황에서, 신탁사와 대주단인 농협, 이후 권리를 인수한 중원에셋까지도 법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한 피해자는 “수분양자들이 수억 원의 분양대금을 납부하고도, 신탁사는 관리만 하고 면책되는 현실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이번 판결은 법적 정의가 아니라 현실의 벽을 다시 확인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신탁사가 수분양자 보호의무를 회피할 수 있는 구조적 허점을 방치한 결과”라고 비판하고 있다. 건분법은 수분양자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법 적용 시점과 신탁계약 구조, 법리상 책임 주체의 한계로 인해 실제 보호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건분법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신탁사가 분양대금 관리 과정에서 수분양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다했는지 여부, 대주단 및 수탁자의 지위에서 사업 정상화 노력을 했는지 여부, 사업 중단 및 공매 과정에서의 불법행위 여부”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사건으로 수분양자들이 처한 현실은 더욱 냉혹해졌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HS Times는 다음 연재(연재 7편)에서 마지막 계약자의 1심 판결 사례를 통해, 이 싸움의 끝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짚어볼 예정이다. 이어 연재 8편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항소심의 쟁점과 피해자들의 대응 전략을 다룰 예정이다.

끝까지 이 싸움의 기록을 함께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김희삼 기자 sam@khsc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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