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김, ‘에비앙 챔피언십’ 드라마틱 우승…호주 여성 골프 르네상스
김희삼 2025.07.17. 14:45

그레이스 김, 이글‑버디‑이글로 메이저 역전극 완성
LPGA 첫 메이저 우승…호주 여성 골프 계보 잇다
아타야 제친 드라마틱 플레이오프…전 세계 놀라게 해

24세 호주 출신 골프 스타 그레이스 김이 7월 13일 프랑스 에비앙레밴(Évian‑les‑Bains)에서 열린 메이저 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을 극적인 플레이오프로 제패하며 또 하나의 위대한 순간을 만들어냈다.

대회 막판 그녀는 4타 차 뒤진 15, 16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기록한 뒤, 마지막 18번 홀에서 188야드 거리의 4‑하이브리드 샷으로 공을 플래그 앞 2피트 지점에 안착시켜 이글을 잡아 동점에 성공했다. 이어진 플레이오프에서도 첫 홀에서 해저드에 빠뜨린 공을 칩샷 버디로 살려냈고, 두 번째 홀에서는 또다시 환상적인 이글을 성공시키며 세계 2위 아타야 티티쿨(태국)을 넘어섰다 

이번 우승은 김에게 LPGA 투어 첫 번째 메이저 타이틀이자, 여섯 번째 호주 여성 메이저 우승자의 이름을 새긴 역사적 쾌거다. 이전에는 캐리 웹, 민지 리, 한나 그린, 얀 스티븐슨, 그리고 최근의 민지 리까지 호주 골프의 전설들이 이름을 올린 바 있다 .

초반 부진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되살아난 김은 “정말 어떻게 일어난 일인지 모르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 그녀는 대회 전 시드니의 아본데일 골프클럽에서 마음을 다잡으며 준비해, 어린 시절 함께 훈련했던 코치와 클럽 멤버들로부터 큰 응원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

김의 역전극은 단순한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호주 여성 골프 전성기의 연장선상에 있다. 캐리 웹과 민지 리 같은 선배들이 북돋운 전통 위에서, 김은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또렷하게 새겼다. 특히 15, 16, 18번 홀에서 펼친 버디‑이글‑이글의 일련의 샷은 여러 언론사에 의해 “메이저 역사상 가장 극적인 마무리”로 평가되기도 했다 

앞으로 그레이스 김은 이 기세를 바탕으로 세계 랭킹 상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으며, 호주 내외 골프 팬들 역시 그녀의 다음 걸음에 한껏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우승이 그녀가 LPGA에서 더욱 깊게 자리 잡는 신호탄이 될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2025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극적인 우승을 거머쥔 그레이스 김(Grace Kim)은 단숨에 세계 골프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조용하고 단단한 성장의 서사가 숨어 있다. 호주 시드니 남서부의 한 평범한 한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녀는, 작은 골프 클럽에서 시작해 세계 무대에 이르기까지 묵묵히 계단을 올라왔다.

그레이스 김은 2000년 12월 4일, 시드니의 한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부모 모두 골프 선수나 체육인 출신은 아니었지만, 운동에 대한 존중과 꾸준함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녀가 골프채를 처음 잡은 건 여덟 살 무렵, 시드니 남부의 아본데일 골프클럽(Avondale Golf Club)이었다. 당시 클럽 주니어 프로그램을 통해 골프를 접했고, 자연스럽게 재능이 꽃피기 시작했다.

청소년 시절, 김은 이미 두각을 나타냈다. 16세에 뉴사우스웨일스(NSW)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2018년에는 아시아-태평양 여자 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기록했다. 2019년에는 호주 국가대표팀 소속으로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꾸준히 실력을 쌓았다. 그녀의 아마추어 시절을 아는 한 시드니 주니어 코치는 “그레이스는 화려한 성격은 아니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는 자세는 누구보다 성숙했다”고 회상한다.

2021년, 김은 미국으로 건너가 LPGA 2부 투어인 ‘시메트라 투어’(현 엡손 투어)에서 활동하며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듬해 2022년, 그녀는 첫 LPGA 정식 승격을 이뤄냈고, 2023년에는 미국 본토에서 LPGA 첫 승을 기록하며 골프 팬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번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은 단순한 메이저 타이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부모의 성실한 뒷바라지, 시드니 커뮤니티의 전폭적인 응원, 그리고 본인의 꾸준함이 어우러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은 최근 인터뷰에서 “시드니 아본데일 클럽의 모든 분들이 아직도 제게 가족 같다. 이번 우승은 그분들과 함께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녀의 골프 스타일은 정밀한 퍼팅과 차분한 클럽 선택으로 유명하다. 화려하진 않지만 무너지지 않는 경기 운영은, 그녀의 성장 배경을 닮아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그레이스 김의 플레이는, 향후 수년간 LPGA의 중요한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용한 시작에서 세계 정상까지, 그레이스 김의 골프 인생은 지금부터가 진짜다.

김희삼 기자 sam@khsc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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