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금융권 대출상한제 도입…“부동산 투기 대출, 은행도 책임진다”

 
김희삼 2025.07.05. 10:52

│ 이재명정부, 금융권 대출상한제 ‘초강수’ 도입
│ 고가주택·다주택 대출, 은행별 연간 5% 이내 제한
│ “투기 차단” vs “실수요 대출 위축” 우려 엇갈려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해 금융권에 직접 ‘대출 상한제’를 부과하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기존의 대출 규제가 소비자 개인에게 한정되었다면, 이번에는 은행·저축은행 등 금융기관 자체에 부동산 대출 총량 상한을 설정해 관리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금융권도 부동산 투기에 대한 공동 책임을 지게 됐다.

구체적으로 금융위원회는 시중은행이 고가 주택(시가 15억원 초과) 및 다주택자에게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는 비중을 연간 대출 총량의 5% 이내로 제한하도록 지시했다. 예컨대 연간 주택담보대출 취급액이 10조 원인 A은행의 경우, 고가 주택 및 다주택자 대상 신규 대출 한도는 최대 5천억 원으로 제한된다. 이를 초과하여 대출을 실행할 경우 기관 경영평가에서 불이익 및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은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주택 구입 시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며 시장의 긴장감을 높였다. 이번 조치는 소득이나 주택가격과 상관없이 주담대 총액에 절대 상한선을 두는 사상 첫 시도로, 사실상 고가 주택에 대한 과도한 대출을 차단해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초강수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예를 들어, 연봉 2억원인 차주가 금리 4%, 만기 30년 조건으로 20억원의 수도권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기존에는 주담대로 13억96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 조치 이후에는 최대 6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연봉 1억원으로 10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할 경우에도 대출 한도가 6억9800만원에서 6억원으로 줄어든다. 다만 연봉 6000만원인 수도권 중위소득자가 10억원 주택을 구입할 경우 대출한도는 종전과 동일한 4억1900만원으로 유지돼,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정부는 서울 강남 아파트값 상승세가 비강남권까지 확산되자 극약 처방에 가까운 대출억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고가 주택 구입에 과도한 대출이 활용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또한,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추가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주택을 구입할 경우 주담대가 전면 금지되며(LTV 0%), 주담대를 이용해 주택을 구입한 경우 6개월 이내 전입 의무가 부과된다. 기존 ‘2년 이내 처분’ 조건이 ‘6개월 이내 처분’으로 강화된 점도 특징이다.

이외에도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LTV)는 기존 80%에서 70%로 줄어들고, 정책대출(디딤돌·버팀목 대출)과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각각 한도 및 비율이 축소됐다. 전세대출을 활용한 갭투자도 차단되며,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는 1억원으로 제한된다. 신용대출을 통한 주택구입도 차주의 연소득 이내로 한도가 묶여 사실상 어렵게 된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필요시 규제지역 LTV 추가 강화, 전세대출·정책대출에 대한 DSR 확대 적용,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등 추가 조치를 즉각 시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가계부채 증가를 동시에 억제해 실수요자 중심의 건전한 시장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실수요자에게도 대출 문턱이 높아져 거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최근 문제가 된 외국인 및 법인 명의의 고가 부동산 매입 자금 대출도 은행별로 상한을 두고 심사를 강화하도록 했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 명의로 강남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데, 정부가 자금 출처 증빙을 의무화하고, 허위 제출 시 은행에도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하니 내부적으로 승인 프로세스를 크게 강화 중”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제 금융권도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잘못된 대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국민의 내집 마련 기회를 빼앗는 투기 대출은 금융권 책임 하에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기존의 금리 인상 및 개인별 대출 규제보다 더 강력한 시장 억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은행 입장에서는 일정 한도 내에서만 대출을 취급할 수 있어 대출 자체가 어려워지며, 고가 주택과 다주택자 중심의 투기성 수요가 차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반면, 은행권에서는 “투기 수요 차단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대출 총량 규제가 과도하게 적용되면 일반 실수요자에게도 대출 공급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에 세부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예외 규정을 두되, 투기 목적으로 판단될 경우 강력한 규제를 유지할 방침”이라며, 하반기부터 수도권 및 고가 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시범 적용 후 전국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번 금융권 대출 상한제 도입이 부동산 시장의 구조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김희삼 기자 sam@khsc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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