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만의 재앙, 타리를 덮치다”

김희삼 작성일시: 2025년 5월 21일

┃ 타리, 500년 만의 기록적 홍수로 도시 전역 침수
┃ 고립된 주민들 헬기 구조…경마산업도 피해 심각
┃ 전문가들 “기후 위기, 더 이상 예외 아닌 일상”

사진: 9NEWS

뉴사우스웨일스(NSW) 주 미드 노스 코스트(Mid North Coast) 지역의 중심 도시 타리(Taree)가 최근 “5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준의 기록적인 홍수로 초토화됐다. 현지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홍수를 1929년의 대홍수를 넘어서는 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이는 기후 변화의 가속화와 맞물려 더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타리를 가로지르는 매닝 강(Manning River)의 수위는 예년 평균보다 수 미터 이상 높아지며 제방을 무너뜨렸고, 도심 지역과 외곽 농장이 광범위하게 침수됐다. NSW 주 비상서비스(NSW SES)에 따르면, 단 하루 동안 892건의 긴급 구조 요청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130건은 물에 갇힌 주민을 구조하는 직접적인 홍수 구조였다.

특히 글렌쏜(Glenthorne) 지역에서는 한 가족이 2층 집에 고립되어 헬리콥터로 구조되는 장면이 촬영되어, 이번 재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호주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사진: 9NEWS

현지 농장과 경마 산업 또한 큰 피해를 입었다. 타리에서 경마장과 말 훈련소를 운영하는 토니 볼(Tony Ball)과 글렌 밀리건(Glen Milligan) 조련사는 각자의 주택과 훈련 시설이 침수되었으며, 말들은 인근 고지대로 대피시켰지만 사료 및 용품 수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과 환경 전문가들은 이번 타리 홍수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최근 수년 간 동부 호주에서는 ‘100년에 한 번’, ‘500년에 한 번’이라던 수준의 홍수가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기존의 통계적 예측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ABC 방송의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표현은 오히려 대중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위험한 낙관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된다.

한편 보험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호주 보험 협의회(ICA)는 이번 타리 홍수를 ‘중대한 사건(Significant Event)’으로 분류하고 신속 대응을 선언했지만, 일부 침수 지역은 이미 보험 가입 거절 또는 보험료 폭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재난 취약 지역에서의 주거 안정성과 금융 보호 장치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홍수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 위기에 대한 전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자체와 연방정부는 인프라 재정비, 재난 대응 시스템 강화, 보험 제도 개편, 그리고 기후 회복력 향상을 위한 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리를 비롯한 동부 해안 지역 주민들은 아직도 복구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고통을 겪고 있으며, 정부의 긴급 구호 및 재정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우리가 기후 재난 시대에 살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김희삼 기자 sam@khsc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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