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⑤] “법 시행 전 분양이라서 책임 없다?”… 또다시 막힌 반환 청구

김희삼 2025. 5. 25. 16:23

│ 건분법은 적용 안 된다는 법원… 피해자 보호 또 배제
│ 분양계약 해제됐지만, 수탁사는 반환 책임 없다?
│ 광고 시점이 기준? 법령의 실효성에 의문 제기

신림 C&백화점 사건과 관련된 또 하나의 분양대금 반환 소송이 패소로 종결되었다. 이번에는 최0균 씨가 무궁화신탁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1심: 서울중앙지법 2020가단5306351, 2심: 서울고등법원 2021나37979)에서, 1심과 2심 모두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사건은 최종 확정되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이하 ‘건분법’)의 적용 시기와 강행규정의 효력”이었다. 원고 측은 플레이쉘과 체결한 분양계약이 해제되었음을 전제로, 수탁자인 무궁화신탁이 신탁 재산에서 분양대금을 다른 채권보다 우선적으로 정산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해당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손해배상 또는 반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원고는 특히 건분법 제4조 제4항을 근거로 들며, 설령 신탁계약에 우선정산조항이 없더라도 이는 강행규정에 해당하므로 법적 효력을 갖는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재판부의 벽은 높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해당 백화점은 이미 2004년 9월 신문 광고 등을 통해 분양 모집이 시작되었으며, 이는 건분법 시행일인 2005년 4월 23일 이전이므로 법 적용이 배제된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건분법 부칙 제2조는 시행 전에 분양이 시작된 건축물에 대해서는 법 적용을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즉, 건분법 적용 자체가 인정되지 않으니, 그 안에 포함된 수분양자 보호 조항 역시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신탁계약상 우선정산 규정이 없으며, 신탁사는 단지 위탁자의 지시에 따라 재산을 관리·처분했을 뿐이라는 피고 측 주장도 받아들여졌다.

2심에서 원고는 방향을 바꿔 **“무궁화신탁과 플레이쉘이 체결한 신탁계약이 수분양자 권리를 침해하는 사해신탁이며, 이는 배임행위에 대한 방조 내지 공모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한 계약은 민법상 무효”라는 논리도 제시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 역시 “사해행위, 배임 공모 또는 신의칙 위반 등의 사실을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며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아울러 분양계약이 해제되었더라도, 무궁화신탁이 분양대금을 반환할 법적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번 사건은 분양계약이 해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탁자에게 반환 청구를 하려면 법령 적용 시점, 계약 내용, 신탁 구조에 대한 법리적 근거와 입증이 매우 정교해야 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건분법’이라는 명확한 수분양자 보호법령이 있음에도, 시행일 이전이라는 이유만으로 법 적용이 완전히 배제된다는 점은 많은 피해자들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광고 시점만으로 법 적용을 제외한다면, 실제 계약 체결 시점이 법 시행 이후인 경우라도 수분양자는 구조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며 건분법 적용 범위에 대한 대법원 차원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유사한 피해를 입은 다른 수분양자들도 계속해서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이번 판결처럼 법령 적용과 책임 주체 입증에서 실패할 경우 대부분의 반환 청구가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현실이다.

사건 개요

  • 사건명: 분양대금 반환청구

  • 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6.10. 선고 2020가단5306351

  • 2심: 서울고등법원 2022.2.15. 선고 2021나37979

  • 원고: 최0균

  • 피고: 주식회사 무궁화신탁

  • 청구 내용: 플레이쉘과의 분양계약 해제를 전제로, 무궁화신탁에 분양대금(3천만 원) 반환 청구


1심 요약

원고 주장

  1. 건축물 분양법(건분법) 제4조 적용

    • 신탁계약에는 분양대금을 다른 채권보다 우선 정산하도록 하는 강행규정이 포함되어야 하며, 이는 법적 효력이 있으므로 피고는 분양대금을 반환해야 함.

  2. 우선정산조항이 없더라도 법령 자체가 강행규정

    • 신탁계약에 명시되지 않더라도 건분법상 수분양자 보호조항은 강행규정이므로 우선 정산의무는 존재함.

피고 주장

  • 이 사건 신탁계약은 건분법 시행 전에 분양모집이 이루어진 건축물에 대한 것이므로 해당 법 적용 자체가 안 됨.

재판부 판단

  1. 건분법 적용 대상 아님

    • 이 사건 백화점은 2004년 9월 신문 광고 등을 통해 이미 분양 모집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

    • 법 시행일(2005. 4. 23.) 이전에 모집된 건축물은 건분법 적용 제외 대상임 (부칙 제2조 근거)

  2. 강행규정 적용 주장 배척

    • 우선정산 조항이 없는 신탁계약에 대해 강행규정 적용은 신탁 계약 자체의 체결 시기와 목적상 적용 불가

결론: 청구 이유 없음 → 원고 패소


2심 요약

원고 항소이유

  1. 신탁계약 무효 주장

    • 피고와 플레이쉘이 체결한 신탁계약은 수분양자 권리를 침해하는 사해신탁, 또는 배임에 대한 공모 내지 방조에 해당 → 무효

  2. 신의성실 원칙 위반

    • 피고는 수분양자 보호 의무를 저버렸으며, 이는 신의칙 위반 계약으로 무효 주장 가능

재판부 판단

  1. 신탁계약 유효 인정

    • 제출된 증거로는 사해행위, 배임 공모, 신의칙 위반 등의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

  2. 분양대금 반환 청구 근거 부족

    • 설령 계약 해제가 인정되더라도, 피고가 반환의무를 질 수 있는 법률상 근거가 없다

결론: 원고 항소 기각 → 1심 판결 유지 → 사건 확정


재판부가 원고 주장을 배척한 핵심 사유

항목배척 사유
건분법 적용 주장법 시행 이전(2004.9) 모집된 건축물로 확인 → 부칙에 따라 법 적용 배제
강행규정 우선정산 논리해당 신탁계약에 강행규정이 명시되지 않았고, 적용 시점 상 인정 어려움
신탁계약 무효 주장사해행위·배임·신의칙 위반에 대한 입증자료 부족
분양대금 반환 근거계약 해제 여부와 무관하게, 피고에게는 반환의무를 지울 수 있는 법적 근거 없음

HS Times는 다음 연재에서 “건분법이 수분양자 보호에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그리고 **“신탁사가 보호의무를 회피하는 법적 구조는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가”**에 대해 집중 분석할 예정이다.

│ ① 내 집이 사라졌다… 대법원까지 간 분양대금 소송의 전말
│ ② 계약은 유지되고 집은 없었다… 연쇄 소송 속 반복된 패소
│ ③ 시행자도 시공사도 사라진 사업… 법원은 계약만 봤다
│ ④ 중원에셋은 시행자 아니다… 계약 상대 아니면 책임 없다
│ ⑤ 법 시행 전 분양이라 보호 못 받는다? 수분양자 또 패소


김희삼 기자 sam@khsc3.com
Copyright © HS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500년 만의 재앙, 타리를 덮치다”

“500년 만의 재앙, 타리를 덮치다” 김희삼 작성일시: 2025년 5월 21일 ┃ 타리, 500년 만의 기록적 홍수로 도시 전역 침수 ┃ 고립된 주민들 헬기 구조…경마산업도 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