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 공공수주 침체 속 재개발로 방향 전환

김희삼 2025. 07. 29. 15:48

┃ 대형 건설사, 재개발 수주 27조 원 돌파
┃ 공공사업 침체 속 민간 정비사업에 집중
┃ 개포·한남·수택동 등 주요 구역 수주 경쟁
┃ 정부, 용적률 상향·규제 완화 정책 가속
┃ 시공사 과열 경쟁에 부작용 우려 목소리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급격히 위축된 공공 건설 시장의 대안으로 도시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상위 10대 건설사가 확보한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수주 규모는 약 27조 원으로, 지난해 전체 실적에 근접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민간 도시정비사업의 실질적인 ‘황금기’가 도래했음을 의미하는 지표로 해석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서울 개포시영 재건축과 한남4구역, 장위8구역 등에서 연이어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며, 삼성물산도 구리 수택동 정비사업과 이촌동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대우건설과 DL이앤씨 또한 인천, 대전, 부산 등 수도권 및 광역시에서 정비사업 수주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정부의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2024년 이후 윤석열 정부는 용적률 상향,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유예,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사업성 제고에 힘을 실어왔다. 이로 인해 과거엔 조합원 내부 갈등과 행정 규제로 사업이 지연되던 구역들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한편, 건설사들이 민간 정비사업에 집중하는 또 다른 이유는 공공기관 발주 공사의 축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도로공사 등 주요 발주처의 예산 조정과 고금리에 따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축소는 중대형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으며, 이로 인해 보다 수익률이 높은 민간 정비사업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도심 재개발과 재건축은 단순한 시공 수익을 넘어서, 지역 활성화와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며 “정비사업이 단기적인 실적보다는 장기적인 도시계획과 맞물려 추진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과도한 입찰 보증금, 무리한 사업 조건 제시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업계 내부에서는 시공사 선정의 공정성과 사업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합–건설사 간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삼으면서, 도심의 풍경은 물론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판도 역시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김희삼 기자 sam@khsc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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